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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하는‘환상선 눈꽃열차’

작성일 2017-02-1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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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하는‘환상선 눈꽃열차’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광주송정역. 무궁화호 특별열차가 두 가닥 레일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조심스레 밀치며 출발했다.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 연인, 지인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룬 승객들은 마치 미지의 세상을 향해 떠나는 듯 설렘과 유쾌함이 가득했다. 아마도 전날 밤 내린 많은 눈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두근거리게 했는지 모른다. 사방이 온통 콘크리트 벽뿐인 대도시가 이토록 아름다울 진데, 열차의 목적지인 산간오지마을은 얼마나 더 곱고 예쁠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하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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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설국의 이미지는 순결과 동심, 치유와 힐링을 상징한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은빛 세상으로의 기차여행.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누구나 이런 꿈같은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해마다 겨울이면‘눈’을 테마로 한 여행 상품이 준비돼 있다.

지난 11일, 광주송정역에선 약 5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강원도와 경북일대를 한바퀴 돌아오는‘환상선 눈꽃열차’가출발했다.

 

승부역


열차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미터에 위치한 추전역을 거쳐 무려 6시간을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밖에 안 된다는 승부역.
승부역은 도로가 닿지 않은 오지 중의 오지에 있는 역이라서 오로지 기차로밖에 갈 수 없는 곳이다.

최근 이곳이 부쩍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이 때문. 열차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로 인해 승부역 일대는 순식간에 북새통을 이루었다.

장시간 여행에 지친 승객이 청정한 공기로 호흡기를 가다듬고, 반짝 열린 장터에서 요기를 한다.

 

분천

승부역에서 약 20분을 정차한 열차가 다시 출발해 도착한 역은 산타마을로 유명한 분천역이다.
분천역은 지난 2013년 스위스 체르 마트역과 자매결연 후 코레일과 봉화군이 서로 협력해 산타마을이란 테마
역으로 꾸며놓은 시골 간이역이다. 역구내를 루돌프사슴과 산타썰매 등 온통 산타와 관련된 조형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여기에 오면 누구나
동화나라에 온 듯 동심의 세계에 빠져
든다. 첩첩산중 시골역을 이토록 예쁘고 깜찍하게 꾸밀 생각을 누가 했을까? 역시 사람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는사실을새삼느끼게해준다.
열차가 연착돼 시간을 까먹었는지서둘러 출발을 알렸다. 사람들은 아쉬움 속에 뉘엿뉘엿 기우는 해를 등지며 아쉬운 발걸음을 다시 기차로돌린다.

 

열차가 영주, 제천을 지나며 본격적인 귀로에 올랐다. 그런데 기차가 방향을 바꾸지 않고 앞으로만 달렸는데도 목적지 광주를 향하고 있다. 마법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중부내륙을 이어주는 철도가 한 바퀴 빙 도는 고리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전후 복구에 여념이 없었
던 이승만 정부는 이곳에 산재한 석탄과 임산자원을 수송하기 위해 서둘러순환철도를 완성했다.

 기술도, 장비도 충분치 않던 시절, 거의 모든 작업을 사람의 손에 의존해야 했다. 철로가 구절양장처럼 꼬불꼬불할 수밖에.

 눈꽃열차는 바로 이 구간을 느릿하게 달린다. 슬로라이프를 지향하는 도시인들이 산간오지의 정취를 곡선의 미학이 살아있는 철로에서 느끼는 여유와 낭만이 과거 궁색함에서 비롯됐다니 이런아이러니가없다.
새벽 광주송정역을 떠나 중부내륙을 한 바퀴 빙 돌고 다시 광주송정역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을 앞둔 밤 11시 반. 무려 18시간 가까이 기차만 타고 돌아다녔는데도 승객들은 지루하거나 불편을 호소하지 않았다. 기자는 그 이유를 기차에 대한 애틋한 정서에서 찾고 싶다. 기차는 지난 시절 우리 삶의 다정한 친구처럼 온갖 애환과 추억을 간직한 탈것이다.
어떤 이에겐 잘 짜인 열차 시간표에 의해 행로가 결정돼 오히려 여유를 앗아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오로지 기차만 다닐 수 있는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차로 오가는 색다른 여행이 참 마음에든편안한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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