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약’
작성일 2015-08-2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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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5일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뜻깊은 광복절이다. 광복 7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인 만큼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광복 후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에서 국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국민소득이 천문학적으로 상승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70주년 경축사는 북한, 일본 등 주변 국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어 향후 한반도의 정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했다.
필자는 이번 대통령 경축사에서 ‘한반도 정세’ 관련 발언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한 광복은 민족의 통일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며 “미국-쿠바 수교와 이란 핵협상 타결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변화와 상생을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개발 지속, 사이버 공격 감행 등과 같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고, 최근 발생한 DMZ 도발로 남북의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불안한 국내외 정세를 잠재우고자 공포 정치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에는 DMZ 지뢰 도발을 일으켜 국군 장병 2명에게 상해를 입히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는 정전협정과 불가침 합의를 위반한 행위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더욱 냉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욱이 광복 7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을 맞아 서로 간 화해를 모색해야 할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일절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어 남북관계를 계속해서 경색 국면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을 천명함과 동시에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시기에 합의했던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언급하며 남북한의 용기를 강조했으며, 분단의 상징인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등의 ‘작은 실천’부터 실행할 것을 제안했다. 일명 ‘투 트랙(two-track)’ 접근이다. 대통령은 또 이산가족 상봉을 재차 촉구했다. 인도적인 문제는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전향적인 자세로 풀어가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남북 이산가족 생존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6만여 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에 전달하는 등 먼저 손길을 내밀기로 했다.
이번 경축사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부분은 일본에 대한 언급이었다. 대통령 경축사가 발표되기 하루 전, 8월 14일에는 아베 일본 총리가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를 발표했다. 대한민국은 아베 담화가 전후 50주년 무라야마 담화 기조를 이어가길 바랐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자 대통령은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무라야마 담화는 반성, 사죄의 표현을 사용하고 주체를 명확히 해 가장 적극적으로 사죄한 담화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아베 담화에서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왔다’라는 과거형 표현을 사용해 현 총리가 직접 사죄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고, ‘전후 세대에게 계속 사죄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된다’라는 표현으로 과거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죄 표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주체를 불분명하게 상정해, 우리 국민들에게 적극적인 사죄 표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분명 아베 담화에는 ‘통절한 반성, 사죄, 침략’의 핵심 키워드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주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현재형 표현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주변국이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고도의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일본에 대한 접근도 투 트랙(two-track) 전략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역사 인식 문제는 원칙에 맞게 대응하되 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호혜적 분야에서는 협력관계를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아베 담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외교부 대변인의 논평을 보면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온다.
외교부 대변인 논평에서는 ‘지금의 일본 정부가 식민 지배와 침략의 과거를 어떤 역사관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국제사회에 여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접속사를 사용해 일본 정부의 구체적인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수용 내지는 유보’의 입장을 내비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접속사와 뒤의 내용이 외교부 대변인 논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주변 한반도 정세를 잘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현재 미국은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 유관 국가들은 아베 담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데 반해, 미국은 아베 담화에 대해 ‘환영한다’의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좀 더 강력한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한국이 동참해주기를 바라고 있으며, 한-미-일 삼각구조에서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정작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로 갈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의 정세를 잘 파악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광복70주년 박근혜 대통령 경축사는 ‘한반도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연설이었다.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이정석(가명) 씨는 이번 경축사에 대해 “최근 DMZ 지뢰도발이라는 예측하기 힘든 북한의 행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남북관계에 대해 여러 측면을 고려한 모습이 느껴진다.”며 “정부가 지금처럼 남북관계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형태의 미래지향적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했으면 좋겠고, 북한은 고립된 태도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일본에 대해서는 “광복70주년 경축사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해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고 밝힌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 우회적인 입장을 보여준 점은 다소 아쉬웠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내각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역사 인식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성의 있는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 능동적으로 대처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대학생 이소정(25) 씨는 “북한에 대한 도발, 위협을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하면서도 문화적,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겠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과거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그 점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가 집중해야 남북 관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리라 생각한다. 또 이산가족 상봉과 다양한 문화교류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사안을 정부가 발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해 한-미-일 삼각구도에 대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사 갈등 해결과 더불어 전승절 참석을 적극 요청한 중국의 반응, 일본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길 바라는 미국의 요청 사이에서 ‘적극적이면서도 신중한’ 외교적 대응을 해야만 하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아무쪼록 정부가 국익을 챙기며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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